2019년 12월호
세정의 다음
(출처 마리끌레르)
많이 배우고 깊게 생각하며 한 걸음씩 성장해온 세정은 스스로 만든 길을 따라 내일로 향한다.
얼마 전 넷플릭스 추리 예능 프로그램 <범인은 바로 너!>(이하 <범바너>) 시즌 2가 공개됐어요.
지난 시즌에 비해 스토리가 탄탄하고, 함께 출연한 탐정들과 호흡도 좋았어요. 퍼즐을 풀고 추리를 하며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는데, 저도 모니터링을 해보니 저번보다 더 재미있고 박진감 넘치는 것 같아요. 매회 숨겨져 있는 반전 또한 관전 포인트고요. 공개된 직후에 새벽 4~5시까지 계속 봤을 정도예요.
1화에서 맨손으로 뱀을 잡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원래 전 겁이 많은 편이에요. 같은 구구단 멤버인 하나 언니가 작은 뱀을 키운 적이 있어요. 그때 처음 뱀을 만져보고 어떤 느낌인지 조금 알고 나니 그 이후에는 그다지 무섭지 않더라고요. <범바너>의 탐정 중 뱀을 잡고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도 하고요.(웃음)
평소에도 추리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해요? 영국 드라마 <셜록>이나 예능 프로그램 <크라임씬>을 즐겨 봤어요. 그런데 추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에요. 방 탈출도 한 번 해봤는데, 머리를 쓰기보다는 의도치 않게 운이 좋아 풀려나올 수 있었어요. <범바너>에서도 “맞췄어!”가 아니라 “뭐야, 맞췄네?” 하는 느낌을 더 많이 받았어요.
<범바너>는 두뇌 싸움을 바탕으로 프로그램이 전개되지만, 체력도 중요할 것 같아요. 평소의 뛰어난 운동 신경이 <범바너>에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나요? 그럼요. 잡아놓은 범인이 갑자기 도망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럴 때 달리기 실력이 큰 도움이 됐죠. 헬스를 접목해 보컬 녹음을 하는 장면에서는 근력 덕을 많이 봤고요.
<범바너>를 비롯한 여러 방송 활동으로 바쁜 한 해를 보냈어요. 공식 일정이 없는 날에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조금씩 달라요. 늘어진 상태로 쉬기보다는 적당히 바쁜 게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레슨을 잡는 등 뭔가를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휴식 기간이 길게 주어지면 누워서 하루 종일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즉흥적으로 떠나요. 카페나 서점처럼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요.
훌쩍 멀리 여행을 떠난다면 어떤 걸 꼭 가져가고 싶어요? 가사를 적을 수 있는 노트북이랑 사진 촬영을 위한 휴대폰이요. 혼자 가는 여행이라면 무조건 책도 챙길 거예요. 익숙하지 않은 장소에서 책을 읽으면 마치 제가 그곳에 오래전부터 속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 기분이 굉장히 좋거든요.
책 읽는 걸 좋아하나 봐요. 최근엔 공식 일정이 많아 자주 읽지는 못했어요.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적어놓은 산문집을 가장 좋아해요. 공감하며 배우고, 부정할 건 부정하며 읽을 수 있는 점이 산문집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 새로 가지게 된 취미가 있나요? 요즘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예전에 이모가 테니스 선수로 활동하셨는데, 그 모습이 정말 멋있었거든요.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테니스의 장점이에요. 헬스장에 갈 때보다 시간이 덜 아깝고 재미도 있어 유산소운동으로도 제격이죠. 테니스를 치고 나면 온몸에서 열이 나지만, 그때마다 오늘도 열심히 했으니 뿌듯하다고 느껴요.
개인 활동을 활발하게 하다 보면 외롭다고 느낄 때도 있지 않아요? 제 모습을 대중에게 더 자주 보여주고 제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지만, 대기실에 혼자 있거나 MC로서 음악 방송 엔딩 무대에 서 있으면 구구단 멤버들 생각이 절로 나요. 외롭기도 하고, 멤버들의 도움과 충고 없이 스스로 알아가고 이겨내야 하는 점이 아쉬워요.
자신의 걱정이나 외로움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는 편인가요?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마주하려고 해요. 나영 언니나 미나랑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힘든 걸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고민이 조금 해결되는 느낌이 들어요.
음악 활동에 대한 갈증도 있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런데 그럴수록 준비하며 갈증을 풀어요. 연습에 집중하고 작곡이나 작사를 하는 식으로요. 언젠가 제 음악을 들려줄 때 그동안 쌓인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작사와 작곡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지난해 발매한 구구단의 세 번째 미니 앨범 <ACT.5 New Action>에 수록된 ‘너에게’를 작사하기도 했고요. 요즘의 생각을 노래로 만든다면 어떤 가사와 분위기를 담고 싶어요? 저 자신에게 말해주고 싶은 걸 가사나 멜로디에 많이 표현해요. 그래서 노래가 대부분 위로를 주제로 한 곡이에요. 위로의 말만 전하기보다는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더 나아가 꿈에 관한 이야기도 담고 싶어요. 작사와 작곡은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2016년에 I.O.I와 구구단으로 데뷔했어요. 처음과 지금의 마음가짐이 어떻게 다른가요? 처음에는 이상만을 추구했어요. 제 상태를 인식하지 못한 채 틀에 갇혀 앞만 보고 달린 거죠.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어요. 이제는 반대로 저 자신을 보려고 해요. 어떤 면을 대중에게 보여줘야 재미있을지 연구하고 있어요.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예요? 고비를 넘는 순간. 항상 하나의 고비를 넘기면 더 큰 고비가 다가오더라고요. 슬럼프에 빠지거나 우울한 감정을 느끼면 힘들지만, 그걸 깨고 나온 후에 저를 돌아봤을 때 ‘또 한 번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희열을 느껴요. 그리고 그때의 기분이 꽤 오래가는 편이에요. 한때 힘든 적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행복해요.
내년에 스물다섯 살이 돼요. 스물다섯 살의 세정이 스무 살의 세정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잘해온 것 같아요. 조언을 해주고 싶다가도 그 당시 제가 걸었던 길을 가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너무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건 다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서른 살의 세정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저지를 테니까 알아서 해!(웃음)
장기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뭔가요? 항상 네 갈래의 방향에 대해 생각해왔어요. 대중에게 인정받는 뮤지션, ‘세정’ 하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는 배우,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진행하는 MC가 되고 싶어요. 이제 막 시작했지만, 작사와 작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는 노래를 만드는 것도 꿈이고요. 올해는 저에게 예습의 시간이었어요. 다양한 경험을 하며 많은 걸 배웠으니까요. 그 시간이 쌓여 다음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됐으면 좋겠어요. 곧 틔울 새싹을 기다리는 겨울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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