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호

세정의 정제된 스트라이프 룩
(출처 싱글즈)

따사로운 햇살처럼 찬란하고 초여름 그늘처럼 느긋한 세정의 시간들.


스튜디오에서 처음 마주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내내 웃고 있다. 좀처럼 지치지 않는 모양이다. 힘들 때 오히려 열정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해야 긴장감이 유지된다. 다행히 태생적으로 흥이 넘치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즐기고 있다.

평소엔 어떤 방식으로 그 흥을 배출하나.
가까운 사람들과 장난도 치고, 옷 갈아입을 때 춤도 춘다, 하하.

첫 솔로 앨범 <화분> 활동을 마친 지 2주가량이 흘렀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을 어떻게 보냈나. 오롯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다만 곡 작업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미리 대비를 해야 언제든 기회가 왔을 때 선보일 수 있으니까.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작곡가들과 즉시 소통한다.

가장 최근에 떠오른 음악적 영감이 있다면.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한 구구단 데뷔 앨범을 내 식대로 재해석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 때문에 목소리를 잃는 것이 너무 아깝게 느껴져서 차라리 붉은 머리를 내어주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해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데뷔한 지 어느새 5년차다. 데뷔 초와 지금을 비교할 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
편해지는 법을 알아가고 있다. 예전엔 편하게 행동하는 것조차 노력을 했는데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놓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내가 편해야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더라.

그때의 나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지점까지 신경을 쏟으며 스스로를 괴롭히던 시절이 있었다. 일어날 일은 결국 일어나고, 나아질 일은 결국 나아진다는 걸 알게 된 것 같다.

음악은 세정을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가.
둘 중 하나다. 특별하게 만들거나, 착각하게 만들거나. 음악적 영감이 번뜩 머리를 스치면 마치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마냥 특별한 기분이 들다가도, 한편으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하게 된다. 허세 가득한 음악, 혼자 즐기는 음악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아서 마음을 굳건히 다잡고 있다.


위로가 되는 노래를 하고 싶다고 했다. 반대로 최근 세정을 위로하게 한 말이 있나.
중학교 때부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친구와 오랜만에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알게 모르게 서운하게 했던 순간이 많더라. 내가 들어도 ‘도대체 왜 이런 사람과 친구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 친구에게 친구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 순간,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나에게도 이런 소중한 친구가 있구나 하고.

자취 새내기다. 혼자 사는 기분은 어떤가.
장점은 다 누렸고 단점만 눈에 들어오는 시기가 온 것 같다, 하하. 쓰레기도 빨래도 쌓여가고. 잊고 있던 습관을 눈으로 확인하게 돼서 씁쓸하다.

혼자 살며 자신도 몰랐던 내 모습을 발견한 순간이 있는가.
의견을 말할 수 있게 됐다. 원래는 관계를 유지하는 데 희생이 필요하다고 여겨서 무얼 하든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었다. 나만의 공간이 생기니 주변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내 생활을 오롯이 지킬 수 있게 됐다. 이것 역시 스스로를 편하게 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 같다.

하루 중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저녁식사와 곁들이는 맥주! 거의 매일 즐기고 있어서 이러면 안 되겠다 싶다가도 하루의 방점을 찍는, 개운한 기분을 멈출 수 없다.

요즘 세정을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창법을 바꾸고 성량을 늘리는 것. 시간적 여유 덕분에 다양한 창법을 시도하고 연구하는 중이다.

반면 가장 자극하는 건 무엇인가.
언제 봐도 한결같은 선배들. 그들이 지나온 자취를 되돌아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엔 들지 않는다. 그들처럼 꾸준한 모습으로 열심히 노래를 쓸 거다. 다만 미숙한 성실함은 되레 독이 된다고 생각한다. 꾸준함과 적당함의 간극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다.

염원을 담아 10년 후를 그려본다면.
지금 번뜩 떠올랐는데 김종민 선배처럼 되는 것. 자신 그대로의 모습과 온갖 노하우가 몸에 배어 본인 자체가 캐릭터가 된 그 모습이 너무 멋지다. 나를 대변하는 캐릭터 속에서 편안하게 즐기고 있는 스스로를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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